1. ‘의도적 수련’이 만드는 성장
많은 개발자들이 성장을 갈망합니다. 개발 강의를 결제하고, 토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기술 블로그를 구독하고, 바쁘게 스터디와 스터디를 오가며 배우는데, 몇 개월이 지나도, 때로는 몇 년이 지나도 "내가 정말 성장하고 있나?"라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왜 실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 느낌이 들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공부'는 하고 있지만, '연습'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양치질을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평생 양치질을 하지만, 양치질의 '달인'이 되지는 못합니다. 왜일까요? 양치질을 '하고' 있을 뿐, '연습'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성과를 연구해 온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손은 이를 명확히 밝혀냈습니다. 성과를 결정짓는 것은 무작정 하는 연습의 '양'이 아니라, 특별한 종류의 연습, 바로 '의도적 수련(Deliberate Practice)'의 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다른 걸까요? 왜 어떤 사람은 같은 시간을 써도 전문가가 되고, 어떤 사람은 그저 경험만 늘어날까? 답을 찾으려면 먼저 '학습'이 무엇인지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2. 진짜 학습은 장기기억이다
교육 전문가 브라이언 굿윈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누군가 여러분에게 인체 순환계의 모형을 그리면 천 달러를 주겠다고 한다면, 아마 몇 분 후에 천 달러를 벌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가 아니어도 말이죠. 심장이 있고, 정맥이 있고, 동맥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학교에서 배웠으니까요.
그런데 인간의 학습 시스템을 그려보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정보가 어떻게 뇌에 들어와 장기기억으로 변환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왜 이 질문이 중요할까요? 개발자로서 우리는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잘 모릅니다. 굿윈의 말처럼, 이는 뇌의 작동 원리를 모르는 의사가 뇌 수술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학습이라는 '뇌 수술'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학습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합니다.
학습이란 무엇인가
학습은 단순히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 아닙니다. 학습이란 그 결과로 그동안 하지 못하던 것들을 '앞으로는' 할 수 있게 하는 변화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앞으로는'이라는 단어입니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외운 내용을 일주일 후에는 기억할 수 없다면, 그것이 진짜 학습일까요?
우리 뇌의 기억 시스템은 세 단계로 작동합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는 먼저 감각기관을 통해 감지되고, 그중 우리가 주의를 기울인 것만 단기기억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단기기억 중에서도 특별한 과정을 거친 정보만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됩니다.
중요한 사실은 단기기억에서 잊혀진 정보는 영원히 사라지지만, 장기기억에 한 번 저장된 정보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적절한 단서만 주어진다면 다시 떠올릴 수 있죠. 그리고 새로운 지식이 장기기억에 저장될 때는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 구조, 즉 '스키마(Schema)'에 연결되어야 합니다.
Performance는 Learning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착각합니다. 심리학자 비요크는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하루에 10시간 집중해서 공부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10일 동안 매일 1시간씩 공부하게 했습니다. 당일 시험에서는 집중학습 그룹이 더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 달 후 다시 시험을 봤더니, 결과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분산학습 그룹이 훨씬 더 많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것이 바로 'Performance'와 'Learning'의 차이입니다. 우리는 종종 즉각적인 성과(Performance)를 보고 "아, 학습이 일어났구나"라고 착각합니다. 교재를 반복해서 읽으면 술술 읽히니까 "다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심리학자들은 이를 '유창성 착각(Fluency Illusion)'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잘 되는 것"에 속지 마세요. 벼락치기(집중학습)는 당장의 성과(Performance)는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Learning 실패). 반면, 매일 조금씩 힘겹게 인출하는 과정은 당장은 더디지만 진짜 실력(Learning)으로 남습니다.
코드를 보고 "아, 이해했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건 착각(Performance)입니다. 책을 덮고 빈 화면에 짤 수 있어야 진짜 학습(Learning)입니다.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법: 인출 연습
진짜 학습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입니다. 책을 덮고 백지에 아는 내용을 적어보는 것, 누군가에게 설명해보는 것, 실제 코드로 구현해보는 것. 이런 과정이 힘들고 실수가 많더라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진짜 학습이 일어납니다. 연구에 따르면 5~7회 정도 인출 연습을 하면 장기기억에 확실히 저장된다고 합니다.
우리 뇌는 효율을 추구하는 기계입니다. 자주 꺼내 쓰지 않는 정보는 "아, 이건 중요하지 않구나"라고 판단하고 점차 망각시킵니다. 이를 망각 직전에 다시 학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마치 근육이 회복되면서 더 강해지듯, 기억도 망각과 재학습을 반복하면서 더 단단해집니다.
그렇다면 장기기억에 무엇을 쌓아야 할까요? 초보자와 전문가의 장기기억에는 무엇이 다르게 저장되어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