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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속도가 만드는 질적 변화

그렇다면 이 방법은 어떤 효과와 한계가 있을까요?

5. 시간이 내 편이 되는 구조

속도가 만드는 질적 변화

AI가 만든 결정적 차이는 속도입니다.
앞서 제 HRD 학습 예시를 기억하시나요? ChatGPT로 논문 목록을 만들고, Gemini로 플래시카드를 생성하고, 컨셉맵을 그리는 데 3일이 걸렸습니다. 만약 직접 논문을 찾고, 읽고, 정리했다면? 입문서를 사서 읽었다면 3개월, 논문을 직접 찾아 읽으려 했다면 6개월은 걸렸을 겁니다.
빠르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절약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속도가 임계점을 넘으면 질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천천히 배우면 개념들이 작업기억에 순차적으로 들어왔다 사라집니다. A를 이해하고, 며칠 후 B를 이해하고, 일주일 후에야 "어? A랑 B가 연결되네"를 깨닫습니다.
빠르게 배우면 여러 개념이 동시에 작업기억에 떠 있습니다. A, B, C가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 개념들이 부딪히고 섞이면서 새로운 통찰이 생깁니다. 제가 Expertise Reversal Effect, Worked Example, Cognitive Load Theory 카드를 연속으로 보는 순간 "어? 이 셋이 이렇게 연결되네?" 하고 깨달았던 것처럼요.
에빙하우스 망각 곡선과 간격 학습의 효과
속도가 곧 이해입니다. 이해는 연결이고, 연결은 개념들이 동시에 존재할 때 일어나니까요.

만능은 아닙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방법이 모든 분야에 통하는 건 아닙니다.
학술적 기반이 있고 논문이 풍부한 분야에는 탁월합니다. 교육학, 심리학, 경영학, 의학, 법학처럼 개념 간 관계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분야죠. 반면 악기 연주, 요리, 운동처럼 논문보다 실습이 중요한 분야는 맞지 않습니다. 프론트엔드 라이브러리처럼 기술 변화가 너무 빠른 분야도 논문보다 공식 문서가 낫습니다.
유료 논문에 대한 접근성 문제도 있고, 플래시카드 품질은 프롬프트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시간 투자가 필요합니다. 마법은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한계는 이겁니다. AI가 플래시카드를 1000장 만들어줘도, 컨셉맵을 내가 안 그리면 소용없습니다. 깊이는 결국 본인의 인출과 구조화 노력에 비례합니다. 생성적 인지부하는 여전히 내가 져야 합니다.

글쓰기에도

이 방법은 글쓰기에도 적용됩니다.
1.
내 머릿속에서 최선을 다해 개요 끌어내기 (뇌 먼저!)
2.
개요를 AI에게 주고 글 쓰게 하기 (Sonnet 4.5)
3.
AI가 쓴 글을 읽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이게 아닌데?" 피드백하며 개요 수정하기
4.
수정된 개요로 다시 AI에게 글 쓰게 하기
5.
반복
핵심은 AI는 초안 생성기가 아니라 "내 생각의 거울"이라는 겁니다. 내 개요가 명확하지 않으면 AI 결과물도 엉망입니다. 내 개요가 명확할수록 AI 결과물이 좋아집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내 생각이 명료해집니다. 글을 쓴 건 AI지만, 사고를 정리한 건 나입니다.
"Your Brain on ChatGPT" 연구를 기억하세요. 뇌→LLM 순서가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LLM에 맡기면 부호화가 안 됩니다. 먼저 스스로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도 똑같은 원리입니다. 외재적 인지부하(문장 다듬기)는 AI에게, 생성적 인지부하(사고 정리)는 나에게.

복리의 구조

자,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볼까요. 오늘 하루, 여러분은 땀을 흘렸습니까?
LLM 시대에 우리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LLM에게 배우며 AI의 지시를 받는 삶. 달콤하지만 성장하지 않는 삶. 매일 반복해도 전문성이 쌓이지 않는 삶. 부호화가 안 되어 장기기억이 만들어지지 않는 삶.
다른 하나는 인간에게 배우며 AI를 도구로 쓰는 삶. 땀을 흘리지만 시간이 내 편이 되는 삶. 매일 조금씩 전문가가 되어가는 삶. 장기기억과 스키마가 쌓이는 삶.
제가 오늘 보여드린 건 후자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1.
탐색은 AI에게: ChatGPT로 논문 목록
2.
변환도 AI에게: Gemini로 플래시카드
3.
암기는 시스템으로: Anki로 간격 반복
4.
구조화는 나에게: 컨셉맵으로 사고 정리
시간이 지날수록 내 뇌에 스키마가 쌓입니다. 외운 단어들이 문장이 되고, 문장들이 문단이 되고, 문단들이 체계가 됩니다. 작업기억에서 하나의 덩어리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됩니다.
AI를 통해 내 필요에 딱 맞는 고밀도의 자료를 이해하기 좋게 가공하고, 나는 효과적인 방식으로 이해하는 데 집중하기.
AI가 외재적 인지부하를 줄여주는 동안, 나는 본질적 인지부하와 씨름하며 땀을 흘리기.
뇌를 먼저 쓰고 LLM을 쓰기. 그렇게 부호화를 일으키고 장기기억을 만들기.
그렇게 망각보다 빠른 학습 주기를 만들어, 시간이 내 편이 되게 하기.
이게 바로 "시간이 내 편이 되는 구조"입니다. 미약하더라도 1년 후에 내가 더 나은 개발자가 되어 있도록 만드는, 내 장기기억에 전문성이 축적되는 구조입니다.
한편, 듀오링고에서 진행한 한 연구(2024)에서 중요한 발견이 있었습니다.
그릿과 동기는 학습 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릿과 동기가 높은 학습자는 "앱에 더 자주, 더 많이 참여"했고, 그 학습 활동이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즉, 동기만으론 안 됩니다.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매일 10분 복습하는 구조를 만드세요. 플래시카드 앱에서 보내주는 알림을 트리거 삼아 학습하세요. 동기가 높은 날도, 낮은 날도, 시스템이 당신을 이끕니다.
이번 주 실험: Anki 카드 20장 만들기
다음 주 실험: 컨셉맵 1개 완성하기
이번 달 실험: 하나의 분야 정복하기
당장 오늘부터 아래와 같이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작게 시작하여, 매일 하는 습관이 여러분을 바꿀 거에요.